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으면 보통 이런 순서를 밟습니다.
봉투를 뜯고, 맨 앞장에서 '정상'이라는 단어를 확인하고, 몇 줄 훑어보다가, 접어서 서랍에 넣습니다. 길어야 3분입니다.
그리고 두 달쯤 지나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계단 오르는데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고, 늦은 밤 광고를 보다 유산균을 장바구니에 담고, 검색창에 "간수치 높으면"을 쳐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나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적혀 있는 자료는 서랍 속에 있는데, 정작 건강에 관한 결정은 광고와 감으로 내리고 있다는 것.
이게 개인의 게으름 때문일까요. 저희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결과표는 읽으라고 만든 문서가 아니라 기록하려고 만든 문서에 가깝습니다. 숫자와 기준치는 있지만,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나"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AI 건강관리 앱 레드버튼은
정확히 이 지점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회사 소개 대신, 어떤 장면을 보고 무엇을 먼저 만들었는지를 순서대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읽고 나시면 건강앱을 고를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기준이 하나 남을 겁니다.
데이터를 다루던 사람도,
자기 검진표 앞에서는 똑같이 멈췄습니다
블루라이언스 지환국 대표는 데이터를 분석해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이, 몇 년째 자기 검진 결과표를 받아온 사람이기도 합니다.
숫자를 다루는 일을 오래 한 사람 눈에 검진 결과표는 좀 이상한 문서였습니다. 남의 데이터였다면 당연히 물었을 질문들을, 정작 자기 결과표 앞에서는 물어볼 곳이 없었으니까요.
항목은 수십 개인데
해석은 세 단어뿐입니다.
정상
경계
질환의심
숫자가 있으면 보통 따라오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작년보다 올랐나 내렸나? 이 항목과 저 항목은 서로 관련이 있나? 이 추세가 3년 더 이어지면 어떻게 되는거지?
그런데 검진 결과표는 이 질문들에 하나도 답하지 않습니다. 답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문서가 아니니까요.
더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이 데이터는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국가건강검진 결과가 있고, 동네병원 진료기록이 있고, 처방받은 약의 기록이 있습니다. 전부 실제로 존재합니다.
문제는 데이터가 없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그 데이터를 읽어주는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비슷했습니다. 검진은 주기적으로 받고 결과표도 다들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자기 건강의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다들 무언가는 먹고 있었습니다. 왜 먹는지는 대체로 "좋다고 해서"였고요.
첫 서비스는 건강이 아니라
세금이었습니다
레드버튼 이전에 만든 서비스가 있습니다.
블루라이언스가 2022년 7월 문을 열고 처음 내놓은 건 '블루버튼'이었습니다. 세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말정산을 분석하고 월급을 예측하는 서비스였죠. 건강과는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출발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확인한 게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데이터를 '보여주는' 화면에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래프를 아무리 예쁘게 그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래서 저는 이번에 얼마를 더 내나요" 같은 자기 질문에 데이터가 직접 답을 하면, 그때는 화면을 닫지 않습니다. 그리고 행동을 바꿉니다.
연말정산은 그게 가능했습니다. 이미 흩어져 있는 개인 데이터를 모아서 해석하면, 개인이 스스로는 절대 계산하지 못했을 답이 나왔거든요.
그러고 나서 건강을 봤습니다. 구조가 거의 똑같았습니다. 데이터는 이미 쌓여 있고, 개인은 그걸 해석하지 못하고, 그 결과 중요한 결정을 감으로 내립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규모였습니다. 세금은 잘못 계산하면 돈을 좀 손해 봅니다. 건강은 관리 시점을 놓치면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건강 데이터가 세금 데이터보다
활용이 안 되는 이유
첫째, 주기가 깁니다.
국가건강검진은 2년에 한 번입니다. 2년이면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흐려집니다.
둘째, 흩어져 있습니다.
검진은 검진기관에서, 진료는 동네병원에서, 약은 약국에서 기록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흐름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셋째, 판정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정상'이라는 한 단어 안에는 매우 넓은 구간이 들어 있습니다. 기준치 바로 아래에서 매년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사람과, 몇 년째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같은 '정상'을 받습니다. 결과표만 보면 두 사람은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올해 수치가 정상인지가 아니라, 이전과 비교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입니다.
그런데 이 비교를 개인이 종이 한 장으로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넷째, 검색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검색하면 나오는 건 전부 일반론입니다. "간수치가 높으면 이렇습니다"는 알려주지만, "당신의 간수치가 이런 흐름인 이유"는 알려주지 못합니다. 정보를 많이 볼수록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는 경험, 아마 해보셨을 겁니다.
레드버튼은 이 네 가지를 하나씩 좁혀보자는 방향으로 설계됐습니다. 국민건강검진 결과와 동네 병원의 진료·투약 정보를 함께 놓고 개인별 건강 취약점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사용자가 읽을 수 있는 형태의 리포트로 정리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결국 영양제 팔려는 거 아닌가요?
서비스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듣는 반응입니다. 저희는 이 의심이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 분야에서 무료로 분석해준다는 말 뒤에 상품이 붙는 걸 다들 너무 많이 보셨으니까요.
그래서 개발 순서를 그대로 말씀드리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습니다.
레드버튼의 기능은 세 축입니다.
진료 분석과 건강검진 분석, AI 질병 예측과 건강관리, 그리고 건강취약점 분석에 기반한 건강기능식품 매칭입니다. 순서가 저 순서입니다. 기본 진단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고, 제품 매칭은 취약점 분석이 끝난 뒤에 붙습니다.
만드는 순서가 다르면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팔 제품을 먼저 정해놓고 이유를 붙이는 구조와, 취약점을 먼저 확인한 뒤 거기에 맞춰 후보를 좁히는 구조는 사용자가 보는 첫 화면부터 다릅니다. 전자는 제품이 먼저 나오고, 후자는 내 데이터가 먼저 나옵니다.
접근 방식에서도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와 달리, 레드버튼은 실제 의료 기록과 검진 결과를 분석에 활용합니다. 타고난 확률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겪은 기록에서 출발한다는 뜻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것보다 지금 바꿀 수 있는 것을 먼저 보자는 판단이었습니다.
정확도보다 먼저 붙잡아야 했던 문제
개발하면서 가장 오래 고민한 건 분석 정확도가 아니었습니다. 데이터를 어디서 처리할 것인가였습니다.
건강데이터는 성격이 다릅니다. 취향이나 소비 기록과 달리, 한 번 새어나가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자체 모델 안에서만 처리되도록 설계했습니다. 민감한 의료정보를 외부의 범용 AI 서비스로 넘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술적으로는 더 편한 길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다만 건강데이터를 다루는 서비스라면 이 부분에서 타협하는 순간 나머지 기능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봤습니다.
한가지 분명히 해둘것은 레드버튼서비스는 진단이 아니고, 병원을 대신하지도 않습니다. AI가 개인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문에 답하는 기능이 있지만, 그건 의사의 판단을 대체하라고 만든 게 아닙니다. 병원에 가기 전에 무엇을 물어볼지 정리하고, 다녀온 뒤 그 기록이 다시 흩어지지 않게 잇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참고로 블루라이언스는 국민대학교 기술지주의 추천으로 중소벤처기업부 TIPS에 선정됐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개인 의료데이터를 다루는 서비스를 고르실 때 운영 주체가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도 확인 항목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남깁니다.
어떤 서비스를 쓰시든,
이 세 가지는 확인하셨으면 합니다
첫째, 일반적인 건강정보가 아니라 내 실제 검진·진료 데이터를 분석에 쓰는가.
둘째, 분석이 판매보다 앞에 있는가.
앱을 열었을 때 내 데이터가 먼저 나오는지, 제품이 먼저 나오는지만 봐도 대체로 구분됩니다.
셋째, 내 민감정보가 어디서 처리되는가.
저희 서비스를 고르시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 세 가지만 확인하셔도 건강앱을 깔았다 지웠다 반복하는 일은 확실히 줄어듭니다.
저희가 만들고 싶은 변화는 사실 크지 않습니다. 이미 갖고 계신 건강데이터를, 실제로 본인 건강을 위해 쓰게 만드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당장 무언가 시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서랍에 넣어둔 올해 검진 결과표는 한 번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2년 전 결과와 나란히 놓고 어떤 항목이 움직였는지 표시해보시면, 지금 무엇부터 봐야 하는지가 대략 보입니다. 그다음에 어떤 도구를 쓸지 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감으로 관리하던 건강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건강으로. 레드버튼이 만들고 싶은 변화입니다.














